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필요할까?

 

윤주옥 windjuok@hanmail.net

 

 

지금 민족의 영산이며,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에 접한 시·군 모두는 케이블카 건설이 숙원사업이 되었다. 어디는 30년째 추진하고 있어서, 어디는 지리산 최고봉이 있으니 당연히, 또 어디는 우리만 빠지면 안 되니까 등 정말 다양한 이유로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는 5월 1일 자연공원법 개정안(이하 입법예고안)을 입법예고했는데, 이대로 자연공원법이 개정된다면 지리산국립공원에는 4개, 설악산국립공원에도 4개의 케이블카가 추가로 건설될 것이고, 불행히도 이를 신호탄으로 하여 전국 모든 명산, 자연공원에는 케이블카 건설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케이블카, 국립공원을 관광지로 만든다.

케이블카는 건설과 운영과정에서 해당 자연공원의 자연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거나 훼손하는 시설이다. 전기로 움직이는 이 철골구조물은 해당 식물생태계를 양쪽으로 절단하게 되고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류를 포함한 동물들의 정상적 성장과 번식에 악영향을 끼치는 위험한 시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하게 평가되어야 할 것은, 이 시설이 자연생태계의 소중함을 느끼고 배워야 할 자연공원을 외관상 경치만 보고 가는 관광지로 전락시켜 사람과 자연과의 진정한 이해와 소통을 가로막는 시대착오적인 장치라는 사실이다.

국립공원제도를 만들고 세계적으로 국립공원을 제일 먼저 지정한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설치된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1990년대 케이블카 바람이 잠깐 불던 일본의 자연공원들도 지금은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곳은 없으며 오히려 철거하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아직도 케이블카일까?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케이블카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자연도 보호하고, 노약자·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시설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현재 우리나라 자연공원에는 설악산, 내장산, 덕유산, 대둔산, 팔공산, 금오산, 두륜산 등 7곳에서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는데 케이블카 자체만 본다면 대부분 적자이다. 적자이다 보니 사업자들은 상·하부 정류장을 증축하고 주변에 다른 유흥시설을 건설하려 한다. 결과적으로 주변 상권까지 흡수해버려 원주민의 삶은 더 힘겹게 되니 케이블카가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말은 대단히 왜곡된 표현이다.

케이블카가 자연을 보호한다는 말은 더더욱 말이 안 된다. 내장산국립공원은 케이블카로 인하여 종착지 주변이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는 유원지가 되었으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사람들이 우르르 걸어내려 오면서 우리나라의 내륙 북방한계선에 위치하는 학술적 가치 때문에 천연기념물(제91호)로 지정된 굴거리나무 군락지는 양분되고 말았다.

케이블카 사업자들은 케이블카 건설을 이야기하며 노약자와 장애인을 배려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노약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가까운 곳에서, 일상의 삶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휠체어로 100미터 가는 데 1시간도 더 걸리는 도심의 열악한 이동환경에는 눈 감은 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이 쌩뚱 맞게 케이블카 건설에 갖다 덧붙여지는 것에 그들의 진정성이 느껴지기는커녕 얄팍한 상술이 인간의 존엄성마저 이용하는 듯하여 외려 씁쓸한 웃음만 나올 뿐이다.

 

자연공원법 개악만은 막아야 한다.

국토이용체계상 자연환경보전지역에 속하는 자연공원은 규모, 관리 주체 등에 따라 국립공원, 도립공원, 군립공원으로 나뉜다. 우리나라 자연공원은 총 78개, 약 7,805㎢(2008년 12월 31일 기준)이며 육지부만 따진다면 국토 면적의 4.93%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이 국토면적의 5.2%, 대만이 국토면적의 9.6%를 지정한 것에 비한다면 굉장히 적은 면적이라 할 수 있다.

국립공원 관리를 10년 후퇴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환경부의 입법예고안은 자연공원 자연보존지구내 케이블카 거리규정을 2km에서 5km로(시행령안 제14조의2), 케이블카 정류장 높이를 9m에서 15m로(시행규칙안 제14조제2호) 완화하겠다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자연공원법상 자연보존지구는 ‘생물다양성이 특히 풍부한 곳, 자연생태계가 원시성을 지니고 있는 곳, 특별히 보호할 가치가 높은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는 곳, 경관이 특히 아름다운 곳’을 ‘특별히’ 보존하기 위해 자연공원의 일부 지역에 지정하는 용도지구이다. 한마디로 ‘엄정한 보존을 요구되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연공원 자연보존지구는 외국 국립공원 보존지구와는 달리 조경시설, 야영장, 도로 등을 설치할 수 있어 ‘보존’지구라는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자연공원 면적 대비 자연보존지구 비율이 외국 국립공원에 비해 현저히 낮다(미국 국립공원 95%, 캐나다 국립공원 89%, 대만 국립공원 58.1%, 우리나라 국립공원 21.8%-공원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 2002.12, 33쪽 인용).

그런데 입법예고안은 자연보존지구에 케이블카가 더 많이 들어설 수 있도록 거리 규정을 완화하고 꼭대기에 들어서는 정류장의 높이를 높이겠다고 한다. 케이블카는 팔공산도립공원, 가지산도립공원 등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안전을 이유로 로프 아래 지역의 나무를 베어내거나 지속적으로 가지치기하는 것을 용인하는 건설 행위이다. 케이블카는 경우에 따라서는 도로 이상의 훼손을 동반하는 시설이다. 국립공원을 관광지로, 개발지로 만드는 케이블카를 더 길게, 더 높이 건설하기위해 자연공원법을 개정하려는 환경부를 대체,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올해는 환경부가 자연공원 관리를 맡은 지 11년째 되는 해이다. 그간 안일한 태도로 소극적 국립공원관리를 해온 환경부는 지난 10년 동안 제도개선은 뒷전으로 미룬 채 민원해소, 규제완화만 외치더니 이제는 케이블카 건설, 관광과 개발의 나팔수가 되어 버렸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 했던가! 지리산, 설악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필요없다는 생각만으로는 그 어떠한 것도 지킬 수 없다. 지금은 민족의 영산, 우리나라 생태계의 마지막 보루인 국립공원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할 때다. 지금, 당장!

 

 

<사진말>

1, 2 경관을 훼손하고 있는 대둔산도립공원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3, 4 내장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은 케이블카 이용객들로 인하여 나지가 넓어지고 유흥지가 된지 오래다.

 

<필자소개>

윤주옥(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처장)님은 지리산 자락에 사시며,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으로,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처장으로 너무나 바쁘게 국립공원을 위해 활동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