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정한 생물 다양성의 해에 붙여
전국이 요동치고 있는 세종시의 원안과 수정안에 밀려 중차대한 4대강 사업은 뒷전으로 밀려 국민은 망각의 늪에 빠졌다. 하지만 흉흉한 소문 속에 4대강 사업은 빠르게 진행되고 국민의 귀와 입인 언론은 굳게 닫아 4대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조차 국민들은 알기 어렵다. 그럼 현장은 어느 정도일까?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강은 안녕하고, 여전히 흐르는 물과 강모래는 살아 숨 쉬고 주변 역시 꿈틀거리고 생명이 넘치지 라는 생각과 함께, 지율스님이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상주사람들’과 같이 주관하는 <1박 2일 낙동강 숨결 느끼기 순례>에 참가했다.
낙동강은 우리나리의 백두산, 지리산 함께 영산인 태백산에서 남으로 흘러 한강과 함께 국내에서 제일 긴 강으로 태백에서 시작하여 대도시 대구와 부산을 연결하는 생명의 젓줄일 뿐더러 역사와 함께 숨 쉬며 흐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연하천이다.
상주와 안동 지역은 아직 강의 면모를 그대로 갖춘 채 낙동강의 중심지로 역사유적과 습지, 모래톱, 자갈밭의 여울이 어우러져 생명의 힘이 더불어 숨 쉬며 살아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지율스님의 안내는 낙동강에서 제일 낮은 다리인 강창교에서 시작되었다. 다리는 날씨가 차고 길은 미끄러워 조심조심 강으로 걸어 내려가니 길 끝에 매달려 있다. 비만 오면 물에 잠기는 수중교로, 물이 맑아 강바닥에서 뒹구는 모래알의 몸부림도 훤히 보인다.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다리만 건너 올라가면 덤프트럭과 포크레인으로 중무장한 전장 터에 멀쩡한 논밭을 파헤쳐 생태공원을 만들고 있다. 조하 속에 안정된 자연을 들쑤셔 죽이면서 생태 녹색을 운운한다. 더 놀라운 것은 상주보 공사현장이었다.
강의 모래는 다 거둬내 육중한 가물막이 쇠기둥으로 울을 치고 검은 암석을 깨부수는 중장비와 소음의 끔찍스러운 모습은 마치 피부를 벗기고 살을 저며 발라내고 뼈를 깎는 것과 같은 고통과 아픔에 몸서리쳐진다. 이렇게 무지막지 무차별함이 세상사에 또 있을까. 상류의 그림 같은 하중도인 오리섬 역시 엉망이기는 마찬가지다.
벌목으로 헐벗겨진 둔치에는 세상물정 모르는 검은 염소가 마른풀 뜯기에 여념이 없다. 역사의 현장 백제의 옛터 사벌의 산성과 지역 학문의 장인 도암서원은 아무 말 없이 들여다 보고 있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낙동강 경관이 제일 좋다는 경천대, 비봉산 길 곳곳에서 이 참상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통곡이 절로 난다.
더 난장판은 강으로 흘러드는 지천으로, 낙동강에는 12개가 흘러들고 작은 내는 200여개로, 본류의 문제 못지않게 지천이 더 큰 문제인 줄 국민은 전혀 모르고 있다. 곳곳에서 수중보의 축조로 강 본류의 수위가 올라가 지천으로 물이 역류하고 침수하여 제방을 높이고 하상을 파내는 형국이다. 이곳 공덕천도 때 아닌 공사로 소란스럽다. 전국토가 대폭 수술로 금수강산이 금수호(수)산이 될 판이다.
폐교를 개조한 풍천 황토학교에서 따뜻하게 일박하고 다음날 새벽 들판을 걸어 구롱을 넘어 부용대에 올랐다. 아직 잠결의 평화스러운 하회마을은 몇몇 집에서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나룻배로 강을 건넜다. 마을 뒤 화산의 숲길을 굽이굽이 돌고 넘어 습지에 들어간다. 모래밭과 고인 물가에 많은 동물들의 배설물과 발자국을 찾아가며 나도 한 마리 고라니가 된다.
습지에서 벗어나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병산서원, 빼어난 절벽을 강 건너 마주하고 있다. 이렇게 강은 역사의 현장으로 우리와 함께 항상 숨 쉬며, 단순한 물길이 아니라 인간은 물론 수서곤충, 식물, 어류, 조류, 포유동물 등 뭇 생명을 보듬어 안은 습지가 있고 여울, 소, 모래톱, 자갈밭을 품고 있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다.
정부나 토건업자의 눈에는 모래톱과 엉성한 풀과 나무, 웅덩이의 습지는 아무 쓸모없는 단순한 땅이며 반 환경적이고, 반 관광적인 흉물일 뿐인가. 이제 이곳의 동식물들은 다 어디로 갈 것일까? 그들도 지구의 한 구성체로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바랄 것이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생물 다양성의 해이다. 이런 해에 정부는 오히려 조화롭게 유지되고 있는 자연을 파괴해 정부의 입맛에 맞게 획일화 시키고 있다. 이제 자연스럽게 도도히 흐르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강을 절대 있는 그대로 보전되어야하며 생물 다양성을 주창하는 유엔의 세계 조류에 발맞춰 나아가야하겠다.
이수용 (우리와다음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