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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 : 민생과 환경 두 마리 토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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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1 타이틀 : 2010년, 남북관계 이렇게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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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과 환경 두 마리 토끼잡기

 

내 전공은 ‘환경경제학’이다. 일반인에게 아직은 생소하게 다가오는 이 용어는 말 그대로 환경문제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하고 해법을 제공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라고 풀어 쓸 수 있다. 아마 전공 덕에 환경정의와도 10년 이상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것 아닐까. 그러고 보니 위와 같은 제목으로 나에게 원고 요청이 온 것도 우연이 아니다. 내가 하는 공부의 궁극적인 목표가 ‘경제와 환경 두 마리 토끼잡기’로 요약되니 말이다!

 

어떻게 해서 이런 직업, 이런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상상해 본다. 오늘의 ‘나’는 과거 나의 ‘경험’의 산물이기에 독자들이 허락한다면 내 어릴 적 얘기를 좀 하고 싶다. 내가 도달할 수 있는 기억의 끝자락에 우리 집을 찾아온 한 ‘거지’가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국가 중의 하나였던 시절, 걸인들이 가가호호 문을 두드리며 밥을 구걸하곤 했던 것 같다. 남루한 옷차림에 빈 깡통을 들고 서 있던 거지에게 어머니는 밥을 한 주걱 퍼서 넣어 주었다. 거지는 어머니에게 연방 머리를 굽실거렸다. 나는 그 거지의 모습이 하도 무서워 내내 어머니 뒤에 숨어 이 장면을 지켜보았다. 그 후로 언제부터인가 ‘왜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거지가 많을까?’, ‘내가 거지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지,’ 뭐 이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저탄소녹색성장-메인.jpg

 

한강에서 수영하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살던 집이 바로 강 근처에 있었다. 나중에 커서 부모님께 여쭈어 보니 우리 가족이 뚝섬 근처에 살고 있을 때였다. 동네 형들의 꼬임에 넘어가 강으로 몇 번 수영하러 갔다. 어머니 몰래 갔는데 수영복이 있을 리 없다. 벌거벗고 물에 뛰어들었다. 결국 부모님에게 들켜 눈물 나게 혼난 후 다시는 강 근처에 갈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던져진 우리들의 옷가지가 놓여 있던 하얀 백사장과 그 위로 쏟아지던 맑은 햇살의 눈부심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거지 없는 세상을 향한 꿈과 강가의 백사장에 대한 그리움, 이것이 나를 환경경제학의 길로 인도한 모태가 되었을 지 모를 일이다.

 

2009년 한 해 한국 정부가 국민을 향해 던진 화두는 단연 ‘저탄소 녹색성장’이었다. 한마디로 ‘MB표 경제와 환경 두 마리 토끼 잡기’다. 나는 이 선언 자체는 높게 평가한다.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정부 정책의 지향점임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녹색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녹색뉴딜 전략이 갖는 의의도 적지 않다. 이는 경제위기 상황과 기후변화 시대에 대응하여 UN은 물론,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제시한 경제정책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그릇에 담긴 내용물이다. 아무리 틀을 잘 갖추었다고 해도 내용이 부실하다면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 아니, 자칫하면 반대로 갈 수도 있다. 이러한 우려의 정점에 4대강 사업이 있다. 모든 법적 절차와 부정적 여론을 무시하고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는 정부로 인해 녹색성장의 모든 바람직한 가치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사실 녹색성장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꼭 하고 싶은 MB표 강 바꾸기 사업’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하면 그래도 나을 듯싶다. 왜 굳이 이 정부는 4대강 사업을 녹색성장의 핵심 사업으로 치켜세우면서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대표 브랜드로 부각시키고 있는가. 그 동안 녹색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힘들게 살아온 이 사회의 많은 분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은가.

도대체 4대강 사업이 민생과 환경에 무슨 도움을 준다는 말인가. 토목공사 현장에 투입된 중장비가 인력을 대체한 지 오래다. 같은 돈이면 교육과 복지 분야에 예산을 쓰는 것이 단기적으로 일자리 만들기와 구매력 창출에 훨씬 도움이 된다. 아니면 최소한 미래를 바라보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융합기술 등, 성장 잠재력 확충에 힘을 써야 한다. 그것이 녹색성장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다. 정부가 주관한 녹색성장 세미나에 참석했던 외국의 한 저명한 경제학자가 ‘왜 녹색성장은 없고 온통 4대강 얘기뿐인가’라고 자국에 돌아가 말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 얼굴이 붉어졌다.

4대강-섬진야생동물2.jpg  

낙동강 곳곳에 8개의 보(사실상의 댐)로 칸막이를 만들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홍수피해는 산간지역과 지천을 우선적으로 관리해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고, 물 문제는 낭비를 줄이는 효율적 이용과 관리를 통해 점차 해소해야 한다. 무엇보다 4대강 사업은 지난 10여 년 동안 천문학적 예산과 지역갈등 과정을 거쳐 발전되어 온 하천 수질관리 정책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강을 운하로 만들고 싶다는 ‘특별한’ 고집이 아니라면 지금과 같은 방식의 4대강 사업은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정부는 하루 속히 하천 복원의 세계적 전문가 100명에게 서신을 띄워 현재의 ‘한국형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자문을 구한 후 사업 구상부터 방식까지 완전히 새롭게 출발하기 바란다. 강 앞에, 국토 앞에, 후손 앞에 겸손할 일이다.

경제 현실이 여전히 어렵다. 정부의 공격적인 예산 집행으로 거시지표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민생경제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대학생들은 일자리가 없어 졸업을 늦추고 있으며, 가계 빚에 대한 부담은 계속 늘어가고 있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이 출구 전략을 쓰기라도 한다면 수출에 미치는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힘차게 새해 소망을 그려 본다. 대한민국 경제가 튼실해져서 괜찮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성장 잠재력이 꾸준히 쌓였으면 좋겠다. 과거처럼 성장 일변도 정책 때문에 환경이 망가지지 않고 우리 자연이 국민의 삶의 질을 뒷받침하는 아름다운 환경으로 탈바꿈되면 좋겠다. 이 둘이 합쳐지면 명실 공히 ‘지속가능한 발전’이 달성될 테니까.

 

4대강-도로.jpg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로 나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경제정책의 녹색화가 필요하다. 말로만 녹색성장이 아니라 재정과 조세, 산업, 교통, 국토개발 등, 모든 분야에 속속들이 녹색의 정신이 스며들기를 기대한다. 국가부채가 계속 늘어가는 마당에 국민 세금을 함부로 쓰지 않고 꼭 필요한 곳에 아껴 사용하는 지혜와 책임감이 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정부가 지금까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대오각성하고 진정한 강 살리기의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경제적 타당성과 환경적 타당성을 통합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 사업의 첫 단추를 잘못 꿰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가용이 넘쳐 나는 거리보다는 효율적이고 편리한 대중교통 수단이 잘 갖춰진 대도시를 보고 싶다. 그래서 대도시에서도 쾌적한 공기를 맞볼 수 있으며, 교통 체증으로 생산성이 감소하고 짜증 지수가 올라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둘째,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많이 나오기 바란다. 21세기의 기업 경쟁력은 좁은 의미의 경제적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환경적, 사회적 책임에 적극적인 넓은 의미의 지속가능 경영을 지향하는 기업의 몫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러한 기업들은 내부 이해관계자인 종업원들과 외부 이해관계자인 소비자와 시민사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당연히 생산성은 오르고 매출은 증가한다. 길게 보면 남는 장사다. 이런 기업들이 많이 생겨서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자리를 제공하게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일까.

 

셋째, 이 땅에 환경정의가 활짝 꽃피면 좋겠다. 어린이와 노약자는 신체적인 환경약자요, 저소득층은 사회경제적인 환경약자다. 상대적으로 환경피해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정부예산이 제대로 사용되어야 한다. 각종 오염원에 대해서는 공평하고 효과적인 규제도 필요하다. 특히 환경보건에 대한 관심이 보다 커졌으면 좋겠다. 아무리 소득이 올라가도 환경오염으로 인해 건강피해에 노출된다면 삶의 질은 개선될 수 없고,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과도 거리가 멀어진다.

 

2010년은 호랑이 해다. 게다가 60년에 한 번 돌아오는 ‘백호(白虎)’띠라고 한다. 새해에는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백두산 호랑이의 우렁찬 포효가 한반도에 새로운 기운을 불러 일으켰으면 한다. 그래서 일거리를 간절하게 원하는 분들에게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깨끗한 환경을 염원하는 분들에게 살아 숨 쉬는 강이 회복되는 대한민국의 참된 지속가능한 발전이 실현되기를 소망한다.

 

 

  

 

 

특집3 홍종호.jpg 

 

홍종호 hongjongho@snu.ac.kr

홍종호(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님은 멀리서도 빛이 나는 분이십니다. 환경정의얼짱으로도 유명하시지만 조용하고 차분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더욱 빛이 나는 분입니다. 환경정의 일이라면 멀리서도 한걸음에 찾아주시며, 마음에 항상 환경정의를 담고 계시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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