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지 돌리는 아이들

 

 

우정희 woosss@empal.com

 

 

지루한 장마가 지나고 본격적인 무더위이다. 부산역광장에 있는 ‘낙동강지키기 시민생명광장’ 의 빨간 천막은 오늘도 뜨거운 열기로 가득할 것이다.

 

30년을 부산에서 살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지루하게 비가 온 적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출근길, 사무실 일대는 종아리까지 물이 고여 있어 우산은 어깨로 받치고, 신발과 양말은 벗어 손에 들고, 바지는 동동 걷어 올려 맨발의 투혼으로 사무실에 입성했다. 작년 겨울 새로 이사한 우리 사무실은 부산의 중앙로 큰길 대로변에 있는(부산 중구 중앙동), 지하철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7층짜리 건물이다. 남포동, 자갈치와 십분 거리에 있으며 뒤편에는 연안여객부두가 있는 부산관광의 중심지이며 시내중심이라 할 수 있다. 나는 대도시 중심부에 그렇게 홍수피해가 나는 것에 많이 놀랐고 실제로 처음 경험한 것이기도 했다. ‘낙동강변 전원생활만 즐기다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나는 부산시 북구에 살고 있고, 낙동강과는 버스로 십분 정도거리이다. 부산 사람 중 일부(?)는 북구를 촌동네, 달동네같이 취급하기도 한다.

정부에서는 이때다 싶어 폭우와 홍수를 앞세워 4대강사업의 명분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 거침없는 비에 혹시나 저 큰 강이 범람하진 않을까 걱정이 들었지만 강색깔이 조금 변했고, 물이 한가득 차있는 느낌이 들뿐 별일은 없었다. 홍수는 낙동강이 아니라 시내 중앙로 대로변에 있는 우리 사무실 앞 하수구에서 나고 있다는 사실을 대통령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홍수피해를 입은 국민으로써, 4대강죽이기사업 따위에 돈들이지 말고 배수시설 잘하고, 하수도 정비 똑바로 하고, 산사태예방이나 제대로 하시지 쯧쯧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수퍼컴퓨터도 예상하기 어려운 폭우가 계속되는 와중에 비가오지 않는 날에는 어김없이 ‘낙동강지키기 시민생명광장(이하 생명광장)’은 시민들을 만난다.

생명광장은 50여개 부산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하고 있는 ‘운하반대 낙동강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에서 4대강사업저지, 낙동강 지키기 시민캠페인으로 부산역광장에 차려놓은 홍보부스이다. 처음 문을 연 날은 7월 6일이다. 정부는 지난 6월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4대강죽이기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10월이면 전국 4대강에 삽질을 시작할 것이다. 정부는 전광석화같이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스터플랜 시민설명회개최, 낙동강유역환경 심의도 통과, 환경영향평가 지역설명회를 마쳤다. 물론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척 ‘쑈’를 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어떠한 의견제시도 불가능하다. 우리 강을 제대로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을 교통을 방해하고, 소음만 내고, 경찰들과 싸우는 ‘데모꾼’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우리 강을 어떻게 하면 시민들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지킬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문화와 놀이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하고, 힘을 모으고, 의견을 듣는 광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침에 천막을 치고, 홍보물을 설치하고, 시민들이 들어와 의견을 나눌 수 있게 책상과 의자를 펼쳐놓고, 서명지와 간단히 메시지를 쓸 수 있는 리본도 마련했다. 미술작가들은 부산역광장 아스팔트위에서 10미터가 넘는 큰 광목천을 펼쳐놓고 아이들과 함께 고니, 천둥오리, 해당화 같은 낙동강의 생명들을 그리고 있다. 토요일이면 지역의 예술가들이 신명나는 문화공연을 한다. 부산역광장에는 때마침 휴가철이라 부산을 오고가는 사람들로 붐비고,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4대강저지를 위한 서명에 동참한다. 오후쯤 되면 모금함에도 꽤 많이 찬다. 간혹, 4대강사업과 운하를 꼭 해야 한다는 아저씨들(주로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남성들이다.)과 열띤 토론을 펼치기도 한다. ‘강이 다 썩어있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 ‘낙동강물이 다 말라있다.’ ‘홍수가나면 어쩔 것이냐’라며 이 연사 큰 목소리로 외친다. 정부가 하는 소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나 자원봉사를 하는 청소년, 대학생들에게는 인신공격수준으로 막말을 일삼는다. 그래도 아이들은 씩씩거리면서도 씩씩하게 전단지를 돌린다. 학생들 더운데 수고 많이 한다고, 좋은 일하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면서 말이다.

언젠가는 시내지하철에서 홍보캠페인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찬성자들이 큰소리로 욕을 하며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냥 무심하게 지나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서명을 시작했다. 우리는 더욱 큰소리로 ‘먹는 물 포기하는 4대강 죽이기 사업저지를 위한 서명에 동참해 주십시오.’ 라고 외쳤고, 더 많은 사람들은 모였고, 어느새 그 찬성자는 자리를 떠나버렸다.

 

자원봉사를 하려고 온 아이들에게 우리가 왜 강을 지켜야 하는지, 그래서 4대강사업을 저지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꼭 이런 질문이 뒤따라온다.

“그런데 왜 4대강사업을 하려고 하는거에요?”

지금까지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2번이나 치룬 나름 어른으로써 나는 그 질문을 받을 때면 뭐라 답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그리고 매우 부끄럽다. 내가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돈 때문에 하는 거지’하며 옆에 있던 아이가 거든다. 얼굴이 화끈 거린다.

일각에서는 이런 얘기도 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활동이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니냐고. 정부는 우리말을 전혀 듣지 않는데, 어차피 이 사업을 밀어부칠 것인데, 우리가 아무리 해봐야 이길 수 있겠냐고. 그러나 이 사업을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든 아이들에게 훗날 우리가 하고 있는 노고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그것은 어떠한 위기에서도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힘일 될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아이들은 전단지를 받지 않고 쌩~가버리는 어른들에게 상처받으면서, 이런 거 돈 받고 하는 거냐고 하는 어른들에게 자존심 구겨가면서, 장사 안 되니 딴 데 가서 하라는 어른들에게 구박받으면서도 열심히 강을 지키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우정희 (부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님은 부산에서 낙동강 지키기에 여념 없는 건강한 활동가입니다. 대학4학년, 갑자기 무슨 기특한 생각이 들었는지 환경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인연을 맺어 환경운동가로 7년째 활동하며, 세상을 변화시키고자하는 사명을 가지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행동하는 전문가가 되고자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