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에서 한강과 임진강을 끼고 서남쪽으로 한북정맥(백운산-운악-주엽-불곡-홍복-도봉-북한산)의 산줄기가 이어진다. 산줄기는 백두산에서부터 한 번도 끊어짐 없이 북한산에 이르는데 서울로 내려오는 길목에 우이령길이 있다. 우이령길은 북한산국립공원 북한산 지역과 도봉산지역을 잇는 고개 마루이다.
우이령은 큰 산과 큰 산이 연결될 때 부드러운 땅이 생기는 곳으로 그 특성상 조그만 길밖에 날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계곡과 숲길을 따라 사람은 다닐 수 있었지만 마차와 같은 광범위한 이용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1960년대에 미국 공병대가 작전도로로 개설하면서 차량통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1968년, 북쪽에서 한 번도 끊어짐 없이 남쪽으로 올 수 있는 지형 탓에 북의 공비일당(김신조 사건)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우이령길을 넘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전까지는 민간인의 이용이 가능했었지만 1969년 군부대와 전투경찰대가 주둔하면서 민간인의 출입이 전면 금지되었다.
1983년 우리나라 국립공원 20개중 15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뒤에도 군사상의 이유로 양주군 교현리 지역에는 군부대가,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 지역에는 전투경찰대가 주둔하여 우이동 광장에서 1.5km까지만 민간인의 출입이 허용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북한산국립공원 내에 유일하게 면적단위로 통제되어 자연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이곳에 도로를 놓자고 한다. 도로가 안 되면 생태탐방로 라도 만들자고 한다.
1994년 서울시와 양주시가 2차선 도로로 확? 포장하려는 계획을 시민운동으로 저지한 이후 16년 만에 다시 불거진 것이다.
경기도 양주시는 ‘우이령 길이 서울과 경기북부를 연결하는 최단거리로 지역경제효과가 높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그 어느 때보다 우이령 길의 도로 확?포장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또한 군사상의 이유로 통제되고 있는 우이령 길의 개방요구가 커 2008년 후반기에 개최한 ‘우이령길협의회’의 결론에 따라 2009년부터 우이령 길을 탐방로로 만들기로 하였다.
우이령길은 자연공원법상 자연환경지구이며 현재 출입금지지역으로서, 탐방로나 진입도로가 공원계획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 국립공원 안에 등산객이 다닐 수 있는 탐방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와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필요하다.
도로든, 탐방로든 꼭 필요하다면 이런 절차를 밟으면 되겠지만 과연 현재 북한산국립공원에 사람이 다니는 길을 꼭 더 만들어야 되는지를 먼저 짚어야 할 것이다.
우이령길이 있는 곳은 북한산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불만의 목청을 높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북한산은 국립공원이며 국가 생물자원의 핵심인 것이다. 그나마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잘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국립공원이 아니었던 까마득한 옛날이나 지금이나 북한산의 역사는 고난의 연속이다.
민족정기를 훼손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노적봉에, 백운대에 철심을 박았다. 또한 의병활동의 근거지를 없애기 위해 북한산성 대부분의 시설물들을 파괴했다. 평창동 택지개발사업의 일환으로 평창동 일대 산자락 수십만 평을 헐어내고 택지를 조성했다. 서민들 주택난 해소라는 명분도 있었지만 지금은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이 되었다. 이북 5도청 청사의 경우 향로봉과 비봉능선 등 구기동 북쪽을 완전히 가로막고 있다.
또한 북한산국립공원을 관통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등 국립공원 내 포장도로에는 자동차들이 산의 기운을 가른다.
2009년, 지금은 아파트들이 북한산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또한 케이블카, 산악열차를 놓고 싶어 한다. 북한산의 심장부와 정수리를 관통하는 이 기계들이 오히려 자연을 보호 한다나 어쩐다나...
북한산국립공원은 정규탐방로 74개, 샛길 365개(총 439개) 로 인해 605개로 조각이 난 상태이다. 조각난 평균 면적이 0.13㎢로 두더지(2㎢), 다람쥐(3.9~6.8㎢)생활권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온 산을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뒤덮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또한 북한산국립공원은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었으며 2007년 입장료 폐지 이후 탐방객 수가 100% 증가하여 매년 1000만 명이 방문하는 국립공원이 되었다.
이렇듯 북한산국립공원을 향한 개발의 바람은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산을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 우이령길 개방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문제였다. 오히려 지금은 정상만을 향해 가는 탐방객들을 분산하고 샛길의 발생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할 때이다. 우이령길을 생태탐방로로 할 경우 과연 정상정복형 탐방객들에게 그 길이 매력적일까 의문이다. 오히려 우이령길을 통한 북한산지역이나 도봉산지역으로의 탐방요구가 급증할 것이며 가족단위의 탐방객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지리산 ‘숲길’의 예처럼 인근지역과 국립공원을 연결하는 저지대 탐방로가 북한산국립공원에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이령길은 생태, 문화의 길로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이령길이 우수한 생태계라면 마땅히 자연보존지구로 지정해서 보다 철저하게 보전해야 한다. 더더군다나 지금처럼 개발만이 대한민국의 살길 인 것처럼 호도하는 개발론자들이 득세를 하고, 북한산국립공원 주변부를 야금야금 갉아먹으면서 호시탐탐 중심부를 향하는 불도저를 막아내는 길은 지금 남아있는 곳을 보다 철저히 지켜내는 일 말고는 없을 것이다.
타협의 산물로 탄생한 우이령길 생태탐방로의 경우 반드시 우이령길 보존을 위한 종합계획의 수립과 함께 탐방예약제, 총량제를 검토해야 한다. 이는 국립공원 지정 취지에 맞게 보존하고, 바람직한 이용을 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사람들을 못 가게 하니 그나마 잘 보존되어 있다’라는 말은 쉽게 말하면 ‘안 왔으면 좋겠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사람들은 애써 이 말의 의미와 사실을 왜곡하려 한다. 우이령길은 그냥 일반적인 길이 아니다. 40년간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비껴간 덕에 북한산과 도봉산을 잇는 연결고리로 중요한 생태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더불어 공존하는 지혜가 그 안에 담겨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해 그 길은 남겨두자. 우리가 가지 않아 아름다운 길이 될 때 그 길은 오래 동안 그곳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