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재앙을 피해야 할 절박한 이유
《6도의 악몽》, 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세종서적, 2008년
지구가 더워진다고? 눈 덮인 고속도로에서 꽁꽁 언 채 반나절을 버텨야 했던 귀성객들이 그 말을 들었다면 고개를 흔들 노릇이다. 지구온난화에 책임질 일이 없다고 느끼는 시민들은 어렵게 이룩한 현재의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유권자의 마음을 읽는 정치인은 물론이고 정치권의 영향 아래 있는 공무권도 인기 없는 정책을 외면한다. 전문가는 경각심을 가졌지만 시민들에게 위기의식을 심어주지 못한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사람은 세계적으로 많다. 그들은 이전보다 변수를 추가한 모델로 정교한 시나리오를 새롭게 만들어 낸다. 그렇게 쏟아지는 논문 덕분에 지구온난화는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회의론자의 교설은 더는 통할 수 없으므로 이제 시민들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지리학자였던 아버지가 1980년에 촬영한 빙하 사진을 들고 해발 6000미터인 페루의 골짜기를 20년 만에 찾았다 참담해했던 마크 라이너스가 다시 나섰다. 수몰 위기에 몰린 태평양의 투발루에서 영구동토가 녹아 사냥터를 잃어가는 알래스카를 둘러보며 지구의 미래를 걱정했던 그는 수많은 논문을 근거로 《6도의 악몽》을 썼다. 어느덧 두 아이의 아빠가 된 그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와 그 아이의 아이가 맞을 내일이 두려웠을 게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회(IPCC)는 2007년 4차 보고서를 채택했다. 우리의 노력에 따라 2100년 지구는 1.1도에서 6.4도까지 평균 기온이 오를 것으로 예견한 것인데, 시민들은 이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날이 최근 10년에 몰려있고 태풍과 허리케인이 두세 배 강해져 피해가 잇따르며 일찍이 경험할 수 없었던 홍수와 가뭄이 교차해 재산과 인명피해가 속출한다는 소식은 지겹다. 과학기술이 제공한 안락한 삶에 길든 시민들을 행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6도 오르면 뜨거운 바닷물은 순환을 멈추고, 차고 무거운 심해에 저장된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녹아 솟구치며 폭발하기에 이른다. 그 열기와 그로 인한 산소부족으로 죽은 동식물에서 황화수소가 발생해 나머지 생명이 절종으로 접어든다. 그 마중물은 이미 부어졌는데, 1도에서 그치면 견딜 만할까. 기후변화를 약한 작은 동식물들이 슬며시 멸종하고 미국 대평원의 곡창지대가 버림받으며 식료품 가격이 폭등하며 사막이 늘어 모래폭풍이 작렬하는 가운데 극지방의 영구동토가 녹고 태평양의 작은 국가들이 침몰하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지금부터 완벽히 없앤다면 모를까, 1도에서 그칠 가능성은 없다. 최선을 다한다면 2도에서 멈출 수는 있으리라.
앞으로 7년 안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400ppm 이하로 낮춘다면 2도 상승으로 그칠 것으로 2007년에 추정했는데, 그러자면 10년 내에 이산화탄소를 60퍼센트 이하로 배출해야 한다. 2007년 농도가 382ppm인데 가능할까. 2009년을 맞은 오늘도 이산화탄소 배출속도는 늘어나기만 한다. 550ppm으로 안정시키면 3도에서 멈출 확률이 절반이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4도 이상 오르면서 환경이 더욱 급변할 지구는 5도에서 6도로 치솟을 가능성도 예측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450ppm으로 멈추게 할 방안은 없을까. 2030년까지 1인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지금보다 85퍼센트 이하로 낮춰야 할 텐데, 어떤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세계 에너지 수요는 화석연료 위주로 50퍼센트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의 추이를 기준으로 삼자면 수백 퍼센트 늘어날지 모르겠다.
2도 오르면 열사병으로 노약자가 몰살하고 곡창지대가 메말라 전쟁이 빈발할 텐데 북극항로가 열리니 기쁘게 받아들어야 하나. 북극항로 아래의 석유를 탐하는 자들은 벌써부터 신이 났다. 아마존이 화재로 소실돼 사막으로 변하고 슈퍼허리케인이 도시를 강타하며 타버린 호주를 비롯해 세계가 식량 부족으로 시달릴 3도 상승은 견딜만할까. 그린란드가 녹으면 해수면이 7미터 이상 상승하고 남극까지 녹으면 우리나라 매립지는 당연하고 고지대를 제외한 곳은 안전을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4도 오른 상황이 그렇다. 5도 오르면 모든 농토는 메마르고 폭풍우로 해안이 붕괴하며 사람이 유일하게 살만한 북극을 차지하려는 전쟁을 끝으로 인류는 괴멸할 것이 예상된다.
핵을 하나의 대안으로 인정하는 한계를 가진 마크 라이너스는 2도 상승으로 그치길 순진하게 희망한다. 3도가 넘으면 그 관성으로 4도 이상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분수령이라 해석할 수 있는 이른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으면 백약이 무효일 수 있다. 2도에서 그치게 하는데 특별한 과학기술이 동원될 필요는 없다. 아니 더 위험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아는 상식을 제안한다. 풍력이나 태양과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발굴하는 한편 이동거리를 줄이고 생활습관을 자연스럽게 바꾸며 탄소배급제를 채택한다면 세세만년 《6도의 악몽》을 피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다. “응급책이 없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한다.”는 저자의 생각에서 진정성이 엿보인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볼 때, 우리는 나중으로 연기할 수 있는 위협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도록 조건지워 있”다는 어느 학자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마크 라이너스는 과학기술이라는 ‘백마 탄 왕자’를 막연히 기다리는 건 무모하다면서, 석유자본이 반길 정도로 편집한 자료를 내밀며 “기후변화는 헛소리다!”외치거나 “그래도 나는 일 때문에 승용차가 필요하다!”는 회의주의자를 여전히 경계한다. 행동하려는 시민들을 맥빠지게 하지 않던가. 현 금융위기에 퍼붓는 비용이 물경 2조 달러를 부었지만 미국 시민사회의 반발이 없었다. 태평양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사회는 순식간에 전시체계로 바꿀 수 있었으니 《6도의 악몽》에서 깨어날 희망은 충분하다. 자식 키우는 이 모두 절박한 행동에 옮겨야 한다. 그 행동에 우리도 물론 예외가 아니지만,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제공한 부자들부터 행동에 솔선해야 한다. 이제 남은 시간이 거의 없다.
박병상(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brilsymbio@hanmail.net)